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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 원시림 70미터 위에서 느끼는 자연의 경이로움

서론밴쿠버에서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를 처음 건널 때 정말 무서웠다. 발밑으로 70미터 아래 강물이 보이는데 다리가 바람에 살살 흔들렸다. "이거 떨어지면 죽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난간을 꽉 잡고 조심조심 걸었다. 하지만 중간 지점에서 주변을 둘러보니까 정말 장관이었다. 거대한 더글러스 전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아래로는 캐필라노 강이 흘러가고 있었다. 도시에서 30분만 나와도 이런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캐나다의 매력인 것 같다.스코틀랜드 이민자가 시작한 다리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의 역사는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지 그랜트 맥케이라는 스코틀랜드 출신 토목 기사가 캐필라노 강 양쪽 6000평의 땅을 사서 집을 지었는데, 강 건너편으로 가려면 한참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아..

카테고리 없음 2025.06.14

아크로폴리스: 2500년 전 민주주의의 꿈이 시작된 성스러운 언덕

서론아테네에서 아크로폴리스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 많이 훼손되어 있었고, 관광객들로 북적여서 상상했던 신비로운 분위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파르테논 신전 앞에 서서 "여기서 2500년 전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철학을 논했구나"라고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았다. 이곳이 바로 서양 문명의 출발점이라는 게 실감났다. 비록 무너진 돌덩어리들이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험이 시작된 곳이었다.높은 언덕 위의 신들의 거주지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높은 도시'라는 뜻이다. 아테네 시내에서 150미터 높이의 평평한 바위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데,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곳을 신들이 사는 성역으로 여겼다. 자연 요새 같은 지형이어서 적의 침입을 막기에도 좋았고, 신들에게 더 ..

카테고리 없음 2025.06.14

프라하 성: 천 년을 버텨온 중유럽 역사의 심장

서론프라하에서 처음 프라하 성을 봤을 때는 정말 압도당했다. 블타바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성의 모습이 마치 동화 속 그림 같았다. 특히 해질 무렵 노을에 물든 성의 실루엣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게 진짜 성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니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체코 천 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살아있는 박물관이었다. 지금도 대통령이 집무하는 현역 궁전이라는 게 더 신기했다.9세기부터 시작된 긴 역사프라하 성의 역사는 정말 길다. 9세기경 체코의 프르셰미슬 왕조가 처음 이곳에 요새를 세운 게 시작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거대한 성이 아니라 작은 목조 요새였다고 한다. 하지만 위치가 정말 좋았다. 블타바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어서 적의 침입을 쉽게 감시할 수 있었다.10세기에 들어서면..

카테고리 없음 2025.06.13

안네 프랑크 하우스: 숨겨진 다락방에서 들려오는 희망과 절망의 목소리

서론암스테르담에서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 들어갔을 때 마음이 정말 무거웠다. 책으로만 읽었던 안네 프랑크 일기의 현장을 직접 보니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며 "정말 여기서 8명이 2년 넘게 숨어 살았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장 뒤에 숨겨진 입구를 봤을 때는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한 소녀가 꿈과 희망을 담은 일기를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평범한 독일 유대인 가족의 암스테르담 이주안네 프랑크 가족의 이야기는 1933년 독일에서 시작된다.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은행업을 하던 평범한 사업가였다. 그런데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가족을 데리고 네덜란드로 이주했다.당시 많은 독일 유대인들이 네덜란드로 피난왔다. 네덜란드는 자유롭고 ..

카테고리 없음 2025.06.13

브란덴부르크 문: 분단의 상처를 딛고 자유를 외친 독일 통일의 상징

서론베를린에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이게 그 유명한 문인가?" 싶었다. 생각보다 크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석조 건물 같았다. 하지만 가이드가 이 문 앞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설명하는 걸 들으니까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나폴레옹이 지나간 곳, 히틀러가 퍼레이드한 곳, 베를린 장벽으로 막혔던 곳, 그리고 독일 통일을 축하한 곳. 정말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켜본 문이었다.프러시아 왕의 개선문으로 시작브란덴부르크 문은 1791년에 완성되었다. 프러시아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만든 개선문이었는데, 전쟁에서 이긴 걸 기념하려고 지은 게 아니라 평화를 상징하려고 지었다고 한다. 좀 특이하다. 보통 개선문은 승리를 자랑하려고 짓는데 말이다.건축가 칼 고트하르트 랑한스가 설계했는데, 그리스 아..

카테고리 없음 2025.06.13

사그라다 파밀리아: 140년째 짓고 있는 가우디의 미친 꿈

서론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처음 봤을 때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신기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차원이 달랐다. 이게 성당이라고? 마치 거대한 모래성 같기도 하고, 외계인이 만든 건물 같기도 했다. 140년째 짓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어떤 미친 사람이 이런 걸 설계했을까 싶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안토니 가우디였다.가톨릭 신자들의 소박한 꿈에서 시작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시작된 건 1882년이었다. 처음에는 바르셀로나의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이 성가정(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바치는 성당을 짓자고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원래는 그냥 평범한 고딕 성당을 지으려고 했던 것 같다.첫 번째 건축가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였는데, 1년 만에 그만뒀다. 건축위원회와 의견이 안 맞았다고 한..

카테고리 없음 2025.06.12

빅벤: 런던 대화재에서 태어나 영국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계탑

서론런던에서 빅벤을 처음 봤을 때는 생각보다 작다는 느낌이었다. 사진에서 보면 엄청 큰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주변 건물들과 비교해서 그렇게 압도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계 종소리를 직접 들으니까 왜 영국인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지 알겠더라. 그 웅장한 종소리가 런던 전체에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정각에 울리는 '빅벤 차임'은 정말 인상적이었다.화재 때문에 다시 지어진 국회의사당빅벤이 지어진 배경은 좀 드라마틱하다. 1834년 10월 16일 밤,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큰 불이 났다. 궁전 안에서 나무 막대기를 태우다가 불이 번진 건데, 하필 그 나무 막대기들이 옛날 세금 징수 기록이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가 아니어서 그런 기록들을 태워서 없애고 있었던 것 같다.이 화재로 국회의사당이 거의 다 타버..

카테고리 없음 2025.06.12

콜로세움: 검투사들의 피와 눈물이 스며든 고대 로마의 거대한 무대

서론로마에서 콜로세움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압도되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그냥 무너진 건물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엄청나게 컸다. 높이가 50미터가 넘는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 만했다. 그런데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여기서 실제로 수만 명이 죽었다는 걸 알고 나니까 기분이 좀 복잡해졌다.황제들의 인기몰이 프로젝트콜로세움을 지은 이유는 간단했다. 로마 황제들이 시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기원후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건설을 시작했는데, 네로 황제의 황금궁전 자리에 지었다고 한다. 네로가 시민들에게 미움받았으니까 그 자리에 시민들을 위한 건물을 짓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8년 동안 공사해서 80년에 완공되었다. 당시로서는 정말 빠른 속도였다. 유대인 포로 수만 명을 동원해서 지었다고 하는데..

카테고리 없음 2025.06.12

에펠탑: 파리 시민들이 혐오했던 철골 덩어리가 사랑받는 상징이 되기까지

서론파리에서 에펠탑을 처음 봤을 때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사진으로 봤을 때가 더 멋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밤에 조명이 켜진 모습을 보니까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지 알겠더라. 특히 매시 정각에 반짝이는 조명이 켜질 때는 정말 예뻤다. 하지만 이 탑이 처음 지어졌을 때는 파리 시민들이 엄청 싫어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만국박람회를 위한 임시 건축물에펠탑이 지어진 이유는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문이었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였는데, 뭔가 특별한 상징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모전을 열었고, 구스타브 에펠의 설계가 선정되었다.원래 에펠탑은 20년 후에 철거할 예정이었다. 임시 건축물이었던 셈이다. 높이 300미터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긴 했지만, 박람회가 끝..

카테고리 없음 2025.06.11

만리장성: 2천 년을 버텨온 중국인의 자존심과 한

서론만리장성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실망했다. TV나 사진에서 본 것만큼 웅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벽 위를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이걸 2천 년 전에 사람 손으로 쌓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길이만 2만 킬로미터가 넘는다고 하는데, 정말 중국 스케일은 다르다.진시황의 미친 프로젝트만리장성 하면 진시황을 빼놓을 수 없다.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북방 유목민족을 막기 위해 기존 성벽들을 연결하고 확장한 게 지금 만리장성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게 보통 공사가 아니었다.당시 중국 인구가 2천만 명 정도였는데, 그 중 100만 명 이상을 공사에 동원했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5%를 한 공사에 쏟아 부은 셈이다. 요즘으로 치면 한국 인구 250만 명을 한 공사장에 보내는 거다. 정말 말이 안 되..

카테고리 없음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