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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검투사들의 피와 눈물이 스며든 고대 로마의 거대한 무대

no1fellow 2025. 6. 12. 07:54

콜로세움
콜로세움

서론

로마에서 콜로세움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압도되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그냥 무너진 건물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엄청나게 컸다. 높이가 50미터가 넘는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 만했다. 그런데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여기서 실제로 수만 명이 죽었다는 걸 알고 나니까 기분이 좀 복잡해졌다.

황제들의 인기몰이 프로젝트

콜로세움을 지은 이유는 간단했다. 로마 황제들이 시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기원후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건설을 시작했는데, 네로 황제의 황금궁전 자리에 지었다고 한다. 네로가 시민들에게 미움받았으니까 그 자리에 시민들을 위한 건물을 짓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8년 동안 공사해서 80년에 완공되었다. 당시로서는 정말 빠른 속도였다. 유대인 포로 수만 명을 동원해서 지었다고 하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했을 것이다. 자기들을 정복한 나라의 오락시설을 강제로 지어야 했으니까.

완공식 때는 100일 동안 축제를 벌였다고 한다. 그 동안 검투사 5,000명과 맹수 9,000마리가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게 오락이었던 것 같다.

5만 명을 수용한 고대의 초대형 경기장

콜로세움은 정말 잘 설계된 건물이었다.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현재 잠실종합운동장이 7만 명 수용이니까 그 정도 규모였다. 2,000년 전에 이런 걸 지었다는 게 놀랍다.

더 신기한 건 출입구 시스템이었다. 80개의 출입구가 있어서 5만 명이 15분 안에 모두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 경기장보다 더 효율적이었을 수도 있다. 좌석도 계급에 따라 구분되어 있었는데, 황제석이 가장 좋은 자리였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높은 계급이 앉았다.

지하에는 복잡한 시설들이 있었다. 검투사들이 대기하는 곳, 맹수들을 가두는 우리, 무대 장치를 올리는 승강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진짜 현대식 무대 같았던 것 같다. 심지어 물을 채워서 해전 시합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걸 했는지 궁금하다.

검투사들의 진짜 모습

영화에서 보는 검투사들은 대부분 영웅적으로 그려지는데, 실제로는 좀 달랐던 것 같다. 대부분 노예나 죄수, 포로들이었다. 자유인이 자발적으로 검투사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고 한다.

검투사들의 수명은 정말 짧았다. 평균적으로 몇 번의 경기만 치르고 죽었다고 한다. 운 좋게 살아남아도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인기 있는 검투사는 스타 대접을 받았다고 하니 좀 아이러니하다.

여자 검투사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217년에 여성 검투사 경기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너무 잔인해서 그랬나보다. 남자들 경기도 충분히 잔인했을 텐데 여자들 경기는 얼마나 심했을까.

로마 시민들의 잔인한 오락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경기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하다. 검투사끼리 싸우는 건 그나마 나은 편이었고, 사람과 맹수가 싸우는 경기도 많았다. 죄수들을 맹수 우리에 던져넣기도 했다고 한다.

로마 시민들은 이런 잔인한 구경을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황제들도 시민들 환심을 사려고 점점 더 자극적인 경기를 준비했다. 코끼리나 하마 같은 이국적인 동물들도 가져와서 죽였다고 한다. 지금 동물보호단체들이 들으면 기절할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검투사가 죽을 위기에 처하면 관중들이 엄지손가락으로 살릴지 죽일지 결정했다는 얘기다. 영화에서 많이 봤는데, 실제로는 어떤 제스처를 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어쨌든 관중들이 생사를 결정했다는 건 맞는 것 같다.

기독교와 함께 몰락하다

콜로세움의 전성기는 3세기까지였다. 그 후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 점점 경기가 줄어들었다. 기독교에서는 이런 잔인한 오락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435년 마지막 검투사 경기가 열린 후 콜로세움은 서서히 버려졌다.

중세 시대에는 콜로세움이 완전히 다른 용도로 쓰였다. 주택이나 작업장, 창고로 사용되기도 했고, 심지어 교회도 있었다고 한다. 검투사들의 피가 흘렀던 곳에 교회가 있었다니 좀 아이러니하다.

지진이나 화재로 많이 손상되기도 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는 콜로세움의 돌을 가져다가 다른 건물을 짓는 데 썼다고 한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나 다른 유명한 건물들에 콜로세움 돌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관광 명소가 된 현재의 콜로세움

지금 콜로세움은 로마 최고의 관광 명소다. 연간 600만 명이 찾는다고 하니 정말 인기가 많다. 나도 가봤는데 줄이 정말 길었다. 미리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내부에 들어가 보면 지하 구조가 잘 보인다. 원래는 나무 바닥으로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져서 지하가 다 드러나 있다. 오히려 이게 더 볼거리가 많은 것 같다. 복잡한 통로와 승강기 구조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VR 체험도 할 수 있다. 원래 모습을 가상현실로 재현해놓은 건데, 해보니까 정말 웅장했다. 5만 명이 가득 찬 관중석과 검투사들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복원과 보존의 딜레마

콜로세움 보존이 쉽지 않다고 한다. 2,000년 된 건물이라 계속 무너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수십억 원을 들여서 복원 공사를 하고 있지만 끝이 없을 것 같다. 관광객들 때문에 손상도 계속 생긴다.

바닥을 복원할지 말지도 논란이다.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면 더 실감 나겠지만, 지금처럼 지하가 보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복원하면 오히려 가짜 같아 보일 수도 있고.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야생동물들도 문제다. 콜로세움에는 고양이들이 많이 산다. 관광객들이 먹이를 줘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귀엽긴 하지만 문화재 보존에는 좋지 않을 것 같다.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질문

콜로세움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것이었다. 로마인들은 분명 문명화된 사람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잔인한 오락을 즐길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도 모르게 잔인한 걸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적인 영화나 게임을 즐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가상이긴 하지만, 폭력을 오락으로 소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2,000년이 지났지만 인간의 본성은 크게 안 바뀐 것 같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지금은 이런 잔인한 오락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권 의식이 발달하면서 사람을 죽이는 구경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폭력이 일어나고 있지만, 적어도 오락으로 즐기지는 않는다.

영화와 소설 속 콜로세움

'글래디에이터' 같은 영화 덕분에 콜로세움이 더 유명해진 것 같다. 러셀 크로우가 "나는 복수할 것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영화는 픽션이지만, 콜로세움의 분위기는 잘 살린 것 같다.

실제로 콜로세움에서 영화 촬영도 많이 한다. 하지만 문화재 보호 때문에 제약이 많다고 한다. 조명이나 장비 때문에 손상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한다고 들었다.

로마 시내에는 콜로세움을 소재로 한 기념품들이 정말 많다. 미니어처부터 티셔츠까지 온갖 게 다 있다. 좀 상업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뜻이겠지.

콜로세움은 정말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고대 로마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잔인함도 드러낸다. 그래서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니라 인간 역사의 명암을 모두 담고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