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밴쿠버에서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를 처음 건널 때 정말 무서웠다. 발밑으로 70미터 아래 강물이 보이는데 다리가 바람에 살살 흔들렸다. "이거 떨어지면 죽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난간을 꽉 잡고 조심조심 걸었다. 하지만 중간 지점에서 주변을 둘러보니까 정말 장관이었다. 거대한 더글러스 전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아래로는 캐필라노 강이 흘러가고 있었다. 도시에서 30분만 나와도 이런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캐나다의 매력인 것 같다.
스코틀랜드 이민자가 시작한 다리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의 역사는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지 그랜트 맥케이라는 스코틀랜드 출신 토목 기사가 캐필라노 강 양쪽 6000평의 땅을 사서 집을 지었는데, 강 건너편으로 가려면 한참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아예 다리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처음 다리는 삼나무 판자와 밧줄로 만든 정말 간단한 구조였다. 길이는 지금과 비슷한 137미터였지만 안전성은 형편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에 이런 다리를 건넌다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맥케이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다리 건너기 모험을 즐겼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맥케이가 이 땅을 원주민들에게서 샀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원래 스쿠아미시족과 무스큄족의 터전이었다. 캐필라노라는 이름도 스쿠아미시족 추장 키아팔라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곳에서 원주민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건 그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 것 같다.
점점 발전하는 관광 명소
1903년 맥케이가 죽은 후 다리는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1910년에는 에드워드 마혼이라는 사람이 인수해서 본격적인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다리를 더 안전하게 보강하고 주변에 산책로도 만들었다. 1956년에는 기존 다리를 완전히 철거하고 철제 케이블로 된 현재 다리를 새로 지었다.
1980년대 들어서 낸시 스틸웰이라는 여성이 인수하면서 진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단순한 다리 건너기를 넘어서 종합적인 자연 체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트리 톱 어드벤처, 클리프 워크 같은 새로운 어트랙션들을 추가했다.
지금은 연간 120만 명이 찾는 밴쿠버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입장료가 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계속 온다. 특히 아시아 관광객들이 정말 많더라.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을 정말 자주 봤다.
아찔한 스릴과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그 스릴이다. 길이 137미터, 높이 70미터인데, 걸어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아찔하다. 특히 사람이 많을 때는 다리가 더 많이 흔들려서 무섭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정말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 무서움을 이겨내고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수백 년 된 거대한 더글러스 전나무와 시더, 헴록 나무들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어떤 나무는 높이가 6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도시 근처에 이런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도 볼거리다. 봄에는 새싹이 돋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우거진다. 가을에는 단풍이 들어서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겨울에는 눈이 쌓인 원시림 풍경을 볼 수 있다. 나는 여름에 갔는데, 짙은 초록색 숲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트리 톱 어드벤처의 짜릿함
서스펜션 브리지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트리 톱 어드벤처는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 만든 7개의 작은 다리들을 건너는 코스다. 서스펜션 브리지보다는 높이가 낮지만 나무 사이를 걷는 느낌이 색다르다.
특히 플랫폼에서 나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 좋았다. 나무 껍질의 질감이나 이끼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클리프 워크도 재미있다. 절벽 면을 따라 만든 통로인데, 투명한 유리 바닥 구간도 있다. 발밑으로 절벽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무섭다. 하지만 캐필라노 강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경치는 정말 좋다.
원주민 문화와의 만남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원주민 문화 체험이었다. 이 지역 원주민들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토템폴의 의미나 전통 주거 형태 같은 걸 배울 수 있다.
특히 스토리 센터에서는 원주민 전설과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캐필라노 강과 주변 숲에 얽힌 신화들이 정말 신비롭다. 자연을 신성하게 여기는 원주민들의 세계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토템폴 조각 시연도 볼 수 있다. 실제 원주민 예술가가 전통 도구로 토템폴을 만드는 모습인데, 정말 섬세하고 정교하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고 한다. 대량 생산의 시대에 이런 전통 기법을 보는 게 새로웠다.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관광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는 환경 보호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다리나 시설물을 설치할 때 나무를 최대한 베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실제로 다리 양쪽 끝에 있는 거대한 나무들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야생동물 보호도 중요하게 여긴다. 이 지역에는 곰, 사슴, 너구리, 다양한 새들이 산다. 관광객들이 야생동물을 방해하지 않도록 여러 규칙들을 만들어 놨다. 음식 반입 금지, 큰 소리 금지 같은 것들이다.
원주민 커뮤니티와의 협력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원주민 문화를 상품화하는 게 아니라 실제 원주민들이 참여해서 자신들의 문화를 직접 소개한다. 관광 수익의 일부도 원주민 커뮤니티에 돌아간다고 한다.
사계절 다른 매력
캐나다 친구가 말하길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는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 나는 여름에만 가봤지만, 다른 계절에도 가보고 싶어졌다.
봄에는 새잎이 돋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캐필라노 강의 물소리도 더 크다고 한다. 겨울 눈이 녹으면서 강물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시원한 그늘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관광객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가을 단풍 시즌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메이플과 다른 활엽수들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서 정말 장관이라고 한다. 겨울에는 눈 덮인 숲을 볼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특별한 조명 장식도 한다고 한다.
캐나다 다운 자연 체험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를 다녀오고 나서 느낀 건 이곳이 정말 캐나다다운 곳이라는 것이었다. 도시와 야생이 공존하는 캐나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장소였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30분만 나가도 이런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특히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이 인상적이었다. 환경 파괴 없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보여준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런 식의 자연 체험 시설을 만들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민 문화를 존중하면서 관광 상품으로 만든 것도 좋았다. 단순히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철학을 배울 수 있게 했다. 이런 방식이 진정한 문화 관광이 아닐까 싶다.
관광객을 위한 현실적인 팁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에 가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입장료가 성인 기준 60캐나다 달러 정도로 꽤 비싸다. 하지만 하루 종일 있을 수 있고 재입장도 가능하니까 천천히 즐기면 된다.
신발은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다리 위에서 미끄러질 수 있어서 굽 높은 신발은 위험하다. 옷도 활동하기 편한 걸로 입어야 한다. 날씨가 갑자기 바뀔 수 있으니까 겉옷도 챙기는 게 좋다.
사진 찍기 좋은 곳들이 많은데, 다리 한가운데가 가장 인기다. 하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오래 머물기 어렵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가면 사람이 적어서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렌터카나 택시가 더 편하다. 주차장도 넉넉해서 주차 걱정은 없다.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는 확실히 비싸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자연을 좋아하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추천하고 싶다. 밴쿠버에 간다면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