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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코바도 산 예수상: 리우를 품에 안은 거대한 사랑의 조각상

no1fellow 2025. 6. 14. 22:31

코르코바도 산 예수상
코르코바도 산 예수상

서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코르코바도 산 예수상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다. 높이 38미터의 거대한 예수상이 두 팔을 벌려 리우 전체를 품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해질 무렵 노을을 배경으로 한 실루엣이 정말 장관이었다. "어떻게 저런 높은 산 위에 저렇게 큰 조각상을 세웠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브라질 사람들의 신앙심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뭔가 숭고한 기분이 들었다.

1920년대 브라질 가톨릭의 꿈

코르코바도 산 예수상이 만들어진 배경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라질은 공화정으로 바뀐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정교분리 정책으로 가톨릭 교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종교 문화도 약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리우데자네이루 대주교구와 가톨릭 여성단체들이 뭔가 상징적인 것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1921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맞아 거대한 예수상을 세워서 가톨릭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지구본을 든 예수상이나 십자가를 든 모습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두 팔을 벌린 모습이 선택되었다.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의 모습이 아니라 부활한 예수가 온 인류를 포용한다는 의미였다. 이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위압적이지 않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와 브라질의 국제 협력 프로젝트

예수상 설계는 브라질 엔지니어 헤이토르 다 시우바 코스타가 맡았는데, 실제 조각 작업은 프랑스에서 했다. 폴 란도프스키라는 프랑스 조각가가 책임을 졌다. 당시 브라질에는 이런 대형 조각을 만들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말 국제적인 프로젝트였다. 머리와 손 부분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서 배로 가져왔고, 몸체는 브라질에서 작업했다. 자재도 여러 나라에서 왔다. 철골은 독일에서, 비누석은 브라질에서, 시멘트는 다양한 곳에서 조달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운반이었다. 코르코바도 산 정상까지 자재를 올리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1884년에 코그휠 철도가 있어서 그나마 가능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작업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 철도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데, 경사가 정말 가파르다.

9년간의 건설 과정

공사는 1922년에 시작해서 1931년에 완공되었다. 9년이나 걸린 대공사였다. 특히 1920년대 말 세계 대공황이 터지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브라질 경제도 타격을 받아서 공사가 중단될 뻔했다고 한다.

그런데 브라질 국민들이 나섰다. 전국에서 모금 운동이 벌어졌고,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용돈을 모아서 기부했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 심지어 무신론자들도 참여했다. "브라질의 상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건설 과정에서 사고도 있었다.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 보니 위험했는데,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정말 첨단 기술이 동원된 프로젝트였다. 콘크리트 타설부터 조각 작업까지 모든 게 도전이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가 된 조각상

완성된 예수상은 정말 거대했다. 높이가 30미터, 양팔을 벌린 너비가 28미터, 무게가 635톤이다. 받침대까지 포함하면 총 높이가 38미터에 달한다. 1931년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수상이었다.

2007년에는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전 세계 1억 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예수상이 당당히 선정된 것이다. 브라질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간다. 자신들의 자랑거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니까.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예수의 얼굴 표정이 자비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옷 주름 하나하나도 세심하게 조각되어 있다. 90년이 지났는데도 거의 손상 없이 보존되어 있는 것도 대단하다.

번개 맞아도 끄떡없는 강인함

코르코바도 산 예수상은 자연재해도 여러 번 겪었다. 가장 흔한 건 번개다. 높은 곳에 있다 보니까 번개가 자주 친다. 1년에 몇 번씩은 맞는다고 한다. 2008년에는 머리 부분이 번개에 맞아서 손가락 끝이 조금 손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 구조는 정말 튼튼하다. 철근 콘크리트로 단단히 만들어져서 웬만한 충격으로는 무너지지 않는다. 2010년과 2014년에도 번개에 맞았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오히려 번개 치는 순간을 찍은 사진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풍도 여러 번 겪었지만 잘 버텨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양팔이 흔들리지 않는다. 설계할 때 이런 자연재해까지 고려해서 만든 것 같다. 90년이 넘도록 서 있는 걸 보면 정말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리우 시민들의 정신적 지주

리우데자네이루 사람들에게 예수상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다.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예수상을 올려다보면서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리우 시내 어디서든 예수상이 보인다.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파벨라(빈민가)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한 의미인 것 같다.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는 상징이다. 예수상이 두 팔을 벌려 자신들도 품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새해 전야제나 큰 축제 때는 예수상에 특별한 조명을 비춘다. 브라질 국기 색깔로 물들이거나 무지개색으로 꾸미기도 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오륜기 색깔로 빛나기도 했다. 리우의 모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존재인 셈이다.

관광 명소로서의 인기

지금 코르코바도 산 예수상은 브라질 최고의 관광 명소 중 하나다. 연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특히 일몰 시간대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올라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코그휠 열차가 가장 인기 있는데, 예약이 필수다. 정말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는데 스릴이 있다. 밴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용기 있는 사람은 걸어서 등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3시간 넘게 걸리니까 웬만하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정상에서 보는 전망이 정말 장관이다. 코파카바나 해변, 슈가로프 산, 리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해질 무렵 노을이 질 때는 정말 환상적이다. 사진 찍기도 좋고, 그냥 앉아서 경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브라질 축구와의 특별한 인연

브라질 하면 축구를 빼놓을 수 없는데, 예수상도 축구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우승하거나 중요한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예수상에 특별한 조명을 비춘다. 마치 예수상도 함께 축하하는 것 같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예수상이 축구공을 든 모습으로 조명을 비추기도 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도 성화 봉송의 마지막 지점 중 하나였다. 스포츠와 종교가 브라질에서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브라질 축구 선수들도 경기 전에 예수상을 바라보며 기도한다고 한다. 특히 리우 출신 선수들에게는 더 특별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봐온 예수상이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믿는 것 같다.

환경 보호와 유지 관리

코르코바도 산은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 예수상 주변은 대서양 연안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서 보호가 필요하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면서 환경 훼손이 우려되기도 한다. 그래서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또 쓰레기 처리나 소음 문제도 관리하고 있다. 자연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예수상 자체의 유지 관리도 쉽지 않다. 높은 곳에 있어서 접근이 어렵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보수해야 하는데, 헬리콥터를 동원하기도 한다. 브라질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종교를 넘어선 보편적 상징

코르코바도 산 예수상은 가톨릭 신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다른 종교인들이나 무신론자들도 이곳을 찾는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평화와 사랑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실제로 가보니까 종교가 달라도 뭔가 감동적이었다. 두 팔을 벌린 포용의 자세가 모든 사람을 환영하는 것 같았다. "네가 누구든, 어디서 왔든 상관없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특히 브라질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더 의미가 크다. 여러 인종과 문화가 섞여 사는 브라질에서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상징이 필요했을 것이다. 예수상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코르코바도 산 예수상을 보면서 느낀 건 인간이 만든 조각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정말 위대하다는 것이었다. 사랑과 포용, 희망과 평화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리우데자네이루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지만,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