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싱가포르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세 개의 높은 타워 위에 거대한 배 같은 구조물이 떠 있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저게 진짜 안전한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특히 57층 옥상의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더 아찔했다. 하지만 밤에 화려한 조명이 켜진 모습은 정말 미래 도시 같았다. 싱가포르가 어떻게 이런 대담한 건축물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작은 섬나라의 큰 꿈
마리나 베이 샌즈가 지어진 배경을 보면 싱가포르의 야심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 싱가포르 정부는 관광 산업을 크게 키우고 싶어했다. 작은 섬나라라서 자원은 부족하지만, 지리적 위치와 인프라는 좋았다. 그래서 세계적인 관광 허브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카지노였다. 동남아시아에서 마카오 다음으로 큰 카지노를 만들어서 아시아 부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보수적인 나라라서 카지노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 그래서 '통합리조트(IR)'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카지노뿐만 아니라 호텔, 쇼핑몰, 컨벤션센터, 박물관까지 모든 게 들어있는 복합시설이었다.
2006년 국제 공모전을 열었는데,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55억 달러를 투자해서 마리나 베이 샌즈를 짓겠다고 제안했다. 당시로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투자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드디어 꿈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스라엘 건축가의 혁신적 디자인
마리나 베이 샌즈의 독특한 디자인은 이스라엘 건축가 모쉐 사프디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1960년대 몬트리올 엑스포의 아비타트 67로 유명해진 건축가였다. 블록을 쌓는 듯한 독특한 건축 스타일로 유명했는데,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도 그런 실험 정신을 보여줬다.
사프디의 아이디어는 정말 대담했다. 세 개의 55층 타워를 세우고, 그 위에 200미터 길이의 스카이파크를 올려놓겠다는 것이었다. 마치 거대한 배가 세 개의 기둥 위에 떠 있는 모양이었다. 처음 이 디자인을 봤을 때 사람들은 "저게 정말 가능한가?"라고 의심했다.
건축학적으로도 정말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다. 스카이파크의 무게만 해도 수만 톤인데, 이걸 세 개의 타워로 지탱해야 했다. 또 지진이나 강풍에도 견딜 수 있어야 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돌려서 안전성을 검증했다고 한다.
3년간의 건설 대장정
2007년 착공된 마리나 베이 샌즈는 3년 만인 2010년에 완공되었다. 비교적 빠른 속도였는데, 싱가포르의 효율적인 건설 시스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건 스카이파크 설치였다. 200미터 길이의 거대한 구조물을 57층 높이에 올려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수 크레인을 동원해서 조각조각 올린 다음 공중에서 조립했다고 한다. 정말 아슬아슬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인피니티 풀 공사도 까다로웠다. 150미터 길이의 풀을 57층 높이에 만든다는 건 기술적으로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물의 무게와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설계를 해야 했고, 안전 시설도 완벽하게 갖춰야 했다. 지금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
마리나 베이 샌즈는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이었다. 총 건설비가 55억 달러(약 6조원)나 들었다. 한국의 롯데월드타워 건설비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이 들었을까?
일단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2,561개의 호텔 객실, 12만 평방미터의 컨벤션센터, 7만 4천 평방미터의 쇼핑몰, 1만 5천 평방미터의 카지노까지. 사실상 하나의 작은 도시를 건설한 셈이었다.
또 최고급 자재와 기술을 썼다. 스카이파크 바닥은 특수 강철로 만들었고, 인피니티 풀은 특수 방수 기술을 적용했다. 호텔 객실도 모두 고급 자재로 꾸몄다.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을 요구했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개장과 함께 찾아온 성공
2010년 6월 개장한 마리나 베이 샌즈는 즉시 화제가 되었다. 특히 스카이파크의 인피니티 풀이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영장"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해졌다.
호텔 예약도 폭주했다. 개장 첫 달부터 객실 점유율이 90%를 넘겼다. 하룻밤에 5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계속 밀려들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카지노도 대박이었다. 아시아 부자들이 몰려들면서 하루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했다. 마카오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 카지노 허브로 자리잡았다. 싱가포르 정부의 계획이 적중한 셈이었다.
인피니티 풀의 마법
마리나 베이 샌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인피니티 풀이다. 57층 높이에서 싱가포르 전체를 내려다보며 수영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환상적이다. 나도 가봤는데 정말 꿈 같은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좀 무서웠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면 정말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가서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니까 정말 장관이었다. 특히 일몰 시간대에는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정말 아름다웠다.
인피니티 풀은 호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수영하려면 비싼 숙박비를 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경험을 위해 마리나 베이 샌즈에 머문다. 정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니까.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의 새로운 아이콘
마리나 베이 샌즈는 개장과 동시에 싱가포르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이전에는 머라이언이나 래플스 호텔이 싱가포르를 대표했는데, 이제는 마리나 베이 샌즈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관광청 홍보 자료에도 항상 등장한다.
특히 야경이 정말 아름답다. 화려한 LED 조명이 건물 전체를 감싸면서 마치 미래 도시 같은 느낌을 준다. 매일 밤 8시와 9시에는 레이저 쇼도 한다. 마리나 베이 전체가 거대한 무대가 되는 장관이다.
다른 나라 관광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준다. "싱가포르에 가면 마리나 베이 샌즈는 꼭 봐야 한다"는 게 이제 상식이 되었다. 심지어 투숙하지 않더라도 구경만 하러 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복합 시설의 완성체
마리나 베이 샌즈는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거대한 복합 시설이다. 쇼핑몰인 '더 샵스 앳 마리나 베이 샌즈'에는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다 들어와 있다. 싱가포르에서 쇼핑하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도 독특하다. 연꽃 모양으로 생긴 건물인데,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전시를 한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인터랙티브 전시들이 많다. 디지털 아트 전시는 어른들도 감탄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컨벤션센터도 아시아 최대 규모 중 하나다. 각종 국제회의와 전시회가 열린다. F1 싱가포르 그랑프리도 마리나 베이 일대에서 열리는데, 마리나 베이 샌즈가 배경으로 나온다. 정말 멋진 장면이다.
카지노 논란과 사회적 문제
하지만 마리나 베이 샌즈가 항상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도박 중독이다. 카지노가 생기면서 싱가포르 내 도박 중독자가 늘어났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자국민에게는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또 사회 양극화 문제도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부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룻밤에 50만원이 넘는 호텔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일반 싱가포르 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다.
환경 문제도 제기된다. 57층 높이의 거대한 수영장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을 데우고 순환시키는 데만 해도 어마어마한 전력이 들어간다. 환경 단체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새로운 도전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마리나 베이 샌즈도 큰 타격을 받았다. 국경 봉쇄로 외국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호텔 가동률이 급락했다. 카지노도 장기간 문을 닫아야 했다. 개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시설 개선에 투자했다. 객실을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었다. 또 온라인 서비스도 강화해서 비대면 시대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2022년부터는 관광객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주변국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1세기 건축의 상징
마리나 베이 샌즈는 21세기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단순히 높고 크기만 한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기술의 발전이 어떤 꿈같은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지 보여줬다.
또 복합 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호텔, 쇼핑몰, 카지노, 박물관, 컨벤션센터가 하나의 건물에 다 들어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며칠을 머물면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도시 안의 작은 도시 같은 개념이다.
건축가 모쉐 사프디는 마리나 베이 샌즈로 전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중국, 인도 등에서 비슷한 프로젝트 의뢰가 쇄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리나 베이 샌즈만큼 임팩트 있는 건축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마리나 베이 샌즈를 보면서 느낀 건 작은 나라도 큰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작은 도시국가지만, 세계를 놀라게 할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정부의 비전과 민간의 투자, 그리고 건축가의 창의력이 만나면 이런 기적 같은 일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앞으로도 이런 도전적인 건축물들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기대된다.